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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

봉오리 2013. 9. 10. 17:07

 


    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 지금쯤,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.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. 지금쯤,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.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. 지금쯤,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.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,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. 지금쯤,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.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. 지금쯤,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. 나의 좋은 점,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.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.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. '지금쯤'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.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. 내가 먼저 전화하고, 편지 보내고, 선물을 준비하고, 음악을 띄워야겠네요.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. 나도 좋아지겠지요.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... -정용철 <마음이 쉬는 의자> 중에서-